고은글(사랑.그리움)

◎침묵으로 오는 당신/배찬희◎

진이모친 2012. 9. 9. 23:16

침묵으로 오는 당신/배찬희  
때론 천 마디 말보다, 그저
어깨 하나 내 주는 
침묵이 더 좋지요
가끔은 '사랑한다' 고백보다
고백하지 못하고 
돌아서는 발걸음에, 후드득
더 쉬이 눈물이 쏟아지네요.
'나 여기 있어요' 
호들갑스럽게, 손 흔들지 않아도
그대 이미 내 곁에 와 있는데
여시처럼 배시시 웃지 않아도
거대한 침묵으로 
나를 잡고 서 있는데
그래, 가끔은 박하 분 내음
폴폴 날리는, 그 모습보다는 
방금 세수한 말간 얼굴로 
그 무향(無香)으로 
그 백치(白痴)로, 오늘은 
그렇게 내게 오세요
사락사락 치맛자락 끌고 오는 소리
삐그덕 문 여닫는 소리
휘영청 달 밝아오는 소리 
그래요
활짝 열린 귀만 데려 오세요
이미, 내 눈은 멀어졌으니.
그대, 침묵으로 오셔도 소리는 
보이지요?
나, 고백하지 않아도 출렁이는 눈빛은 
들리지요.